2025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월 209만6천27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1만30원은 사용자위원안으로 최종 표결에서 14표를 얻어 결정됐다. 민주노총 노동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의 심의촉진 구간에 반발해 퇴장했고, 노·사·공 위원 23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민주노총 노동자위원이 표결에 참여했더라도 한 표차로 1만120원인 노동자위원안은 부결, 결과는 같았다. 노동계는 사실상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제도와 공익위원의 편향성을 비판했다.
1만120원 노동자안 9명 찬성 … 공익위원 산식 또 등장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이인재)는 지난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10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자정이 넘은 시점까지 노사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자정을 넘길 무렵 최저임금위는 차수를 변경해 회의를 진행했고, 12일 새벽 2시를 넘겨 12차 전원회에서 1만30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최종 의결했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 구간 안에서 정한 노사의 5차 수정안 1만120원(2.6%), 1만30원(1.7%)을 최종 표결에 부쳤다. 민주노총 노동자위원 4명을 제외한 23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이 중 14명이 사용자안에 표를 던졌다. 노동자안에는 9명이 찬성했다. 표결에 참여한 노동자위원이 5명이었음을 감안하면 4명의 공익위원이 노동자안에 표를 던진 셈이다.
최종 결정까지 노사의 줄다리기는 계속됐다. 노사는 각각 4차 수정안으로 1만840원(9.9%), 9천940원(0.8%)을 제시해, 간극을 900원까지 좁혔다. 하지만 더이상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해 공익위원의 심의촉진 구간 제시를 요청했다.
공익위원은 1만원(1.4%)~1만290원(4.4%)을 제시했다. 구간 최대치는 2022년과 2023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 당시 공익위원 산식으로 논란이 됐던 공식을 사용했다. 2024년 경제성장률(2.6%)과 소비자물가상승률(2.6%)을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0.8%) 전망치를 뺀 수치다.
구간 최소치 1만원에 대해 공익위원은 중위임금(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2023년 6월 기준) 6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며, 적정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45~60%라고 주장했는데 이를 반영한 것이다.
최저임금결정 제도 비판 쏟아져
노사가 제시한 5차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기 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민주노총은 퇴장 직후 브리핑을 열고 공익위원의 심의촉진 구간을 비판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소한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하고, 지난해 실질임금 하락분도 합해 6.3% 이상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공익위원은 국민경제생산성 산식(기존 공익위원 산식)을 근거로 상한선으로 정했다. 공익위원이 애초 노동계 의견을 반영하거나 노동계가 주장하는 부분을 수용할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결에 참여한 한국노총도 최저임금위원회가 편향적으로 운영됐다고 비판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권 아래 진행된 최저임금 심의는 시작전부터 매우 제한된 조건 아래서 진행됐다”며 “본격 심의 전부터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했고, 사용자 편향적 공익위원을 임명하는 등 비정상적 구성 속에서 대단히 제한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노동계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입각해 제안한 노동자 생계비 등은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로 시간 끌다가
노사 최초제시안 나온 지 사흘 만에 표결 … ‘속전속결’심의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예년보다 늦게 시작해 빨리 끝나 53일만에 종료됐다. 지난해 역대 최장의 심의기간 110일을 감안하면 속전속결로 진행된 셈이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최저임금 심의 관련해서 노사 양측이 그동안 많은 자료 축적하고 준비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전원회의 논의 횟수보다는 노사가 얼마나 신속하게 진전된 안을 내느냐 이것도 중요한데, 오늘 회의결과를 보면 노사가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굉장히 이거를(노사 간 이견을 빠르게) 좁혀갔다”고 밝혔다.
내년 최저임금은 처음으로 1만원을 넘었지만,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인상율로 저임금 노동자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전망한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치는 2.6%다. 올해 최저임금 9천860원에 물가상승률만큼만 올라도 1만116원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난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2.5%)보다도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