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비전 비정한 ‘책임상담사’제] 옆 상담사 잘못 고발해야 내가 산다? 노조 “인권 침해” … 과실 신고해야 자신 책임 줄어
▲ 희망연대노조 노동존중CJ텔레닉스지부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LG헬로비전 상암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헬로비전이 상담사에게 지나친 영업압박 목표를 부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 책상에 업무 목표가 붙은 콜센터 상담사의 노동 환경을 보여줬다. <정소희 기자>
LG헬로비전이 콜센터 상담사들이 업무상 과실을 서로 신고하게 만드는 정책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수시로 바꿔 노동자들은 자신의 월급이 얼마인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희망연대노조 노동존중CJ텔레닉스지부(지부장 김승진)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LG헬로비전 상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지난달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돌입한 지부 노숙농성은 이날로 21일째를 맞았다.
CJ 계열사의 콜센터 업무를 대행하는 CJ텔레닉스에는 LG헬로비전을 전담하는 633명의 콜센터 노동자가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하면서다.
지부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인수 이후 사측의 영업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8년차 콜센터 상담사는 수기에 “오늘도 월초의 (영업)기준이 13일 만에 변경됐다”며 “나는 장기판의 말처럼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받다가 버려지는 대상이 아니다”고 썼다.
“책임상담사는 인권침해, 특별근로감독 받아야”
LG헬로비전 일부 센터에서는 인수 이후 상반기부터 해지상담부서에 ‘책임상담사’ 제도를 적용했다. 상담사 신고제도다. 해지상담부서의 상담사는 TV·인터넷 상품에 가입했다가 해지를 원하는 고객을 만류(해지방어)해야 한다. 이들은 해지를 원하는 고객에게 추가 상품이나 낮은 가격의 상품을 제안해 고객 이탈을 막는다.
상담을 하다 보면 여러 상황에 처한다. 상담이 완료되지 않고 전화가 끊기는 경우도 있다. 고객이 다시 전화를 하면 다른 상담사가 이전 상담사의 통화 내역을 들을 수 있다. 이때 첫 번째 상담사의 상담이 사측이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해지방어를 하지 못한 경우 두 번째 상담사는 이전 상담사를 신고할 수 있다. 해지를 원하는 고객은 대개 회사 서비스에 불만이 있기 때문에 날카로운 태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잦다. 민원이 접수되면 이전 상담사의 과실을 증명해야 본인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상담사를 신고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고가 접수되고 과실이 인정되면 해당 상담사는 기존에 달성한 실적이 깎이게 돼 결국 성과급도 줄어든다.
지부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에는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사측은 “상담사를 감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답했다.
김지애 지부 미조직국장은 “사측이 하루 해지 건수를 4건만 등록하도록 해 4명 이상의 고객이 해지를 원하면 (해지를 막는 것이 성과에 연동되기 때문에) 몇 달씩 상담사가 해지를 등록하지 못하고 쥐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 CJ텔레닉스 인트라넷에 마련된 책임상담사 신고게시판에 상담사들의 신고내역이 게시돼 있다. <희망연대노조 노동존중CJ텔레닉스지부>
영업수수료 정책 수시로 바뀌어 상담사들도 자기 월급 예측 못해
이들은 CJ텔레닉스에 고용된 상담사지만 영업수수료 지급 정책은 LG헬로비전에서 결정한다. LG유플러스에 인수된 뒤로 성과급에서 40%를 차지하던 영업실적 비중은 80%까지 높아졌다.
상담사들의 월급은 기본급, 휴일·연장수당, TS성과급, TS인센티브, SC인센티브라는 6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급이 188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라 성과급에 해당하는 3개 항목이 매우 중요하다. 성과를 내기 위해 자기가 속한 부서(해지·가입전담 등) 업무와 관계없이 상담사들은 수시로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한다.
수시로 변경되는 성과급 지급 기준도 문제다. 지부가 공개한 CJ텔레닉스 한 센터의 영업정책은 8월3일까지 유지되다가 8월5일 하루에만 두 차례 변경된다. 하지만 수시로 바뀌는 영업정책과 복잡한 성과급 산정기준 때문에 자신의 월급을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지부는 이날 한 상담사의 월급명세서(2019년 9월~2020년 9월)를 공개했는데, 올해 월급의 최저 금액과 최고 금액이 40만원 차이를 보였다. 2월에는 230만원, 3월에는 220만원으로 떨어졌다가 상승한 뒤 8월에는 190만원으로 내려가는 식이다. 김 국장은 “상담사들이 사측에 실적급여가 왜 깎였는지 설명해 달라고 해도 너무 많은 기준들이 제시돼 알기가 어렵다”며 “자기 업무 목표치를 설정할 수 없어 월급 보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지부 농성과 관련해 “노조에서 주장한 영업압박에 관한 내용은 CJ텔레닉스에 사실관계 확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소희 sohe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